진순아호(眞淳雅號)
통상 뒤에 호(號) 자가 들어가는 차를 "호급차(號級茶)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정의하면 1956년 이전에 개인 차창에서 만들어진 차를 말하는데, 당시 개인 차창들의 상호 뒤에 호(號) 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습니다.
100여 개가 넘는 이무(易武)의 유명 개인 차 상점 중에서도 복원창호(福元昌號), 동경호(同慶號), 송빙호(宋聘號), 차순호(車順號)가 가장 유명하였는데, 이들은 이른바 '보이차의 4대 천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동흥호, 홍창호(홍태창호), 동창호, 정흥호, 경창호 등이 유명하였는데 이들은 최상급인 골동급(骨董級) 보이차로 대우합니다.
이들 골동 보이차는 중국의 국유화 정책에 따라 1956년 이후 모두 생산이 중단되었고, 그 명맥은 끊겼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과거 호급 보이차 제조 방법을 전승하여 후대에 다시 만든 차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진순아호(眞淳雅號)입니다. 진순아호는 호급 보이차 중에서도 송빙호의 제다 기법을 이어 받았는데, 그 연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만의 여례진(呂禮臻)은 대만 차연합회 총회장과 세계 차 교류협회장을 역임한 자입니다. 그는 1994년 중국의 이무(易武)를 방문하여 전통 보이차의 복원을 위해 호급보이차 기술 보유자를 수소문하였습니다.
그러나 동경호, 송빙호 등 소위 4대 천왕을 생산하던 차창 소유주와 기술자들이 모두 해외로 이주하거나 뿔뿔이 흩어져 버려 매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2년 후인 1996년 여례진은 송빙호 제작에 실제로 참여하여 그 기술을 보유한 장관수(張官壽)라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비로소 호급차 복원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여례진은 대만에 죽군공사(竹君公司)라는 차 제조 회사를 차리고 원료를 중국(이무)에서 가지고 와 장관수의 지도 아래 채엽부터 포장까지 전통 수공 제작 기법으로 차를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마침내 그 제작에 성공하여 차의 이름을 진순아호라 짓고 옛 호급 보이차의 명성을 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1996년에 처음 생산된 진순아호는 운남성 이무의 차엽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 아주 우수한 고급 청병으로 평가받아 매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1996년판은 진품을 구하기 매우 어려울 정도로 귀하고 가격도 1편에 1,000만 원 이상을 호가합니다.
겸리에서는 2004년과 2005년에 이 진순아호를 구입할 기회가 있어 매입한 이후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이 아닌 겸리에서 직접 보관한 것으로 잡미잡향이 거의 없이 상태 매우 양호한 차입니다. 국내에서 진순아호를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직접 판매하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1996년판 진순아호가 유명해지자 여러 버전의 진순아호가 생산되었는데, 죽군공사의 대리상들이 별도의 OEM 주문을 통해서 진순아호를 대량 생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죽군공사가 직접 제작한 진순아호를 만나기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겸리에서 보관 중인 진순아호 2004년판과 2005년판은 모두 죽군공사에서 직접 제작한 것으로 아래 사진의 내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무정산의 춘첨(春尖) 원료를 사용하여 전통 수공 방식으로 제다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겸리에서는 당시 진순아호의 2004년 판이 특히 찻잎의 상태가 매우 좋고 우수한 원료를 사용하여 몇 통 구입하였는데, 지금은 이 차가 구할 수 없는 귀한 차가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