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성(雲南省)은 중국의 서쪽 남단에 있다. 만년설부터 열대우림 기후까지 동시에 공존하는 윈난은 한 지역에서도 1년 사계절을 하루에 느낄 수 있는 저위도 고산지대 기후의 특성을 갖고 있다. 윈난은 독특한 기후 덕에 희귀 식물자원이 많으며, 이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나라도 수년 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해외생물소재허브센터가 윈난성에서 연구 활동 중이다.
봄의 도시라고 불리는 윈난성의 성도(省都) 쿤밍(昆明) 일대는 중국 꽃 생산의 중심기지다. 윈난의 저지대에서는 바나나를 비롯한 열대과일을 생산하며 고무나무와 커피 생산도 증가 일로에 있다. 또 담배는 질과 양에 있어 중국 최고다. 윈난의 빼어난 특산물 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 농산물이 차(茶)다. 중국에는 500여종류의 차가 생산 유통된다고 한다. 그중에 약 300종류가 윈난성에서 만들어진다. 중국의 10대 명차로서 보이차의 위상은 윈난의 차 중 단연 최고다.
윈난성 전체 면적 중 84%가 산지이며 평균 해발고도가 2000m를 웃돈다. 연교차보다는 일교차가 훨씬 큰 차산에 무시로 피어올라 햇살을 적당히 가려주는 안개는 고품질의 차 생산에 필수 환경 조건이다. 보이차는 단순한 농산물의 경지를 넘어 문화와 산업, 관광업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새삼스럽게 보이차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해 본다.
중국에서도 이견이 분분한 보이차에 관한 논쟁을 일단락하기 위해 2003년 3월 1일 윈난성 표준계량국은 보이차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공식 발표했다. “보이차는 윈난성의 특정한 지역 내에서 채집한 윈난 대엽종 찻잎을 가지고 쇄청(·햇볕에 말림)한 모차(毛茶)를 원료로 후발효 가공을 거쳐 만들어진 산차(散茶) 또는 긴압차(緊壓茶·눌러 만든 차)를 뜻한다.” 바로 다음해인 2004년 4월 16일 중화인민공화국 농업부는 보이차의 정의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인 내용의 발표를 한다. 이후에도 보이차에 대한 정의는 계속 수정 보완된다.
중국 정부는 학계와 관련업계의 의견을 2년간 수렴하여 2008년 12월 1일에 다시 보이차에 대한 정의를 발표한다. “윈난 지역 대엽종 차나무 잎을 사용해서 쇄청한 원료로 만든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라는 이 핵심 정의가 가장 최근의 것이다. 윈난성은 ‘보이차 지리표시 상품 보호 관리법’을 2009년 6월 1일부터 시행하면서 2008년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2003년 발표와 비교하면 ‘특정한 지역’이라는 윈난성 안에서의 지리적 제한이 완화되었으며, 제조 방법의 차이가 확연히 다른 ‘생차와 숙차’를 모두 보이차로 인정한 것이 크게 다르다. 이는 보이차 학계보다는 보이차 업계의 유통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처음 발표 당시부터 변하지 않은 정의 두 가지는 원료에 대한 규정이다. 우선 햇살로 말리는 쇄청 모차를 명기함으로써 기계를 사용하여 단시간에 고열로 말리는 홍청(烘靑)을 배제하였다. 후발효를 전제로 하는 보이차에 있어 홍청을 하는 제조 방식은 일종의 사기다. 홍청을 거친 차는 발효 대신 산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 천년 고차수단지 안내문
2003년부터 변함없는 중요 규정인 ‘대엽종 차나무 잎’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아예 무시되는 상황이다. 대엽종은 성숙한 찻잎의 면적이 40~60㎠ 이상이며 중엽종은 20~40㎠, 소엽종은 20㎠ 이하로 구분한다. 다 자란 대엽종의 찻잎은 20㎝가 훌쩍 넘는다. 예로부터 대엽종이 아닌 중엽종, 소엽종으로 만든 보이차가 고6대 차산을 중심으로 생산되어 청나라 황실에 납품됐다. 근세는 물론 오늘에도 여러 차산에는 중·소엽종으로 차를 만들어 보이차라는 이름으로 정식 허가를 받아 유통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보이차의 정의 속에 내재된 허를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정한 보이차의 정의와는 달리 대엽종이 아닌 중엽종으로 만든 보이차로서 보이차왕후(普茶王后)라는 애칭을 가진 징마이(景邁) 차산을 타이족(族) 여성의 안내로 찾아가 보았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거친 운전 솜씨를 자랑하는 그는 징홍(景洪)공항에서 서북쪽으로 3시간 거리인 징마이까지 수많은 속도감시카메라를 모두 기억하며 완급을 조절하여 차를 몰았다. 그렇게 달린 지 2시간이 채 안 되어 란창현(瀾滄縣) 후이민향(惠民鄕)에 속한 징마이 초입에 도착했다. 보이차 생산기지의 중심지인 멍하이현(海縣)과 붙어있는 후이민향은 보이차를 테마로 차산 탐방과 차창 견학 및 제다 실습 등 체험 위주의 관광단지를 만들기 위하여 포장도로를 완비하고 민간기업과 합자하여 숙박시설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새로 짓고 있었다.
징마이는 1950년 베이징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1주년 기념 행사에 징마이산채의 부랑족(布郞族) 수령 수리야(蘇利亞)가 윈난 소수민족 대표단으로 참석하여 징마이산 보이차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에게 선물로 증정했을 정도로 품질과 맛을 인정받는 유명한 차산이다. 2001년에는 외국 사절들에게 장쩌민 주석이 징마이산 보이차를 선물하기도 했다.
1300여년의 차 재배 역사를 자랑하는 징마이의 고수차를 맛보기 위하여 타이족 여성의 집으로 갔다. 제다한 지 불과 보름밖에 안 된 고수차였지만 금황색 차탕의 색은 눈을 즐겁게 했다. 부드러운 단맛이 매끄럽게 넘어가는 구감은 연인의 입술보다 달콤했다.
해발 1400~1600m에 펼쳐진 다원의 총 면적은 29만4000무(畝·666㎡)로 사륜구동차로 한참을 달려도 그 끝을 쉽게 볼 수가 없었다. 2만8000무에 달하는 고차수 다원은 대부분이 타이족이 사는 징마이와 부랑족(布朗族) 마을인 망징(芒景)에 몰려 있다. 윈난성에서 최대의 면적을 자랑하는 천년 고차수 다원은 ‘차나무 자연박물관’으로 불리며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징마이의 보이차는 마시는 음료를 넘어 지역 관광산업의 근간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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