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야 행복한 겁니다.

기타/기타 2019. 10. 12. 17:40 Posted by 거목

여기 사과 200개가 있습니다. 모두 내 것입니다. 누가 빼어가지도 않습니다. 어디에 팔 수도 없습니다. 누구에게 줄 수도 없습니다. 모두 내가 먹어야 합니다. 그럴겁니다. 근대 이 사과의 상태가 모두 똑 같지는 않습니다. 어느 것은 맛있고 크고 싱싱하고 어느 것은 작고 푸석하고 조금 상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해 가겠지요.

이럴 때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전자는 먼저 싱싱하고 맛있는 사과부터 먹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갈 수록 형편없는 사과들만이 남아있겠죠. 그리고 다 먹지도 못할 것입니다. 한 50개쯤 먹었을 때면 남아있는 사과들은 더이상 먹지 못할 정도로 상해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후자는 맛이 좀 없고 싱싱하지 않은 사과 부터 먹기 시작합니다. 남아 있는 사과가 싱싱하고 맛있는 사과이므로 그 것을 맛 볼 날을 기대하면서. . . 그리고 많이 먹었을 것입니다 한 90개 쯤은요.

여러분은 전자의 사람입니까? 후자의 사람입니까? 지금 까지의 저는 후자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가보지 않은 길을 호기심있어하고 동경하게 되나봅니다. 전자의 사람은 비록 반 밖에 못었지만 먹을 때는 항상 항상 싱싱하고 갖은 것 중에 최고의 좋은 것만을 먹었습니다. 후자의 사람은 오랬동안 많은 사과를 먹을 수 있었지만 한상 상하고 맛 없는 사과만을 먹어 왔습니다. 물론 둘은 똑 같은 사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대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을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반대편 삶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겠다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3포 세대니 5포 세대니 7포 세대니 하다가 숫자가 무의미 해졌는지 N포 세대까지 나왔습니다. 한편으론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기도 합니다. 집 사는 것보다 차를 사서 굴리고, 회사 휴직하고 아이들도 휴학하여 전세금 빼서 배낭여행 떠나고 우리 때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반란이고 나중에 나중에 시간되고 여유가 있을 때하면 되지하고 미루어 온게 지금입니다. 이제 시간되고 여유도 되니까 힘이 딸리고 흥미도 딸리고 주책이랍니다. 그 때 해 볼 수있는 용기와 배짱이 부럽습니다.

 

보이차 이야기를 해 볼까요? 차 상점에 가서 차를 추천 받아봅니다. 생차하고 숙차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야기하기를 이전에는 생차는 한 10년 쯤 지나야 먹기 좋은 차가 된다고합니다. 근대 요즘은 한 20쯤 지나야 먹기을 수있고 30쯤 지나야 좋은 차가 된다고 합니다. 근대 한 30년 쯤 된 좋은 차는 가격이 한편에 백여만을 넘어가고 몇백씩하니 10년이 않된 나이어린 생차를 쌀 때 사서 쟁여놓고 세월이 지나 숙성이 되서 맛있 때 먹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통(7편)단위로 심지어는 건(42편) 단위로 구매하라고 부축입니다. 

 

일단 시음을 요청하여 시음을 해 봅니다. 맛이 다른 차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차는 아직 숙성이 덜 되서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 숙성이 되면 좋은 찻잎으로 만든 차는 찻잎 본연의 특징이 잘 우러나와 맛이 좋아질 것이라고, 이차는 쓴맛만 강한데요라면 그것이 좋은 차라고 시간이 지나 숙성이 되면 그 쓴 맛은 사라지고 그 쓴 맛으로 부터 단맛이 올라온다고, 그리고 이 차는 많이 떫다고하면 또 시간이 지나 숙성이 되면 맛이 순화되면서 회감으로 변한다고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아니면 말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누가 보장하나요? 그 것이 그렇게 확실하면 시간이 지나서 팔지 왜 지금파나고요? 요새 같은 저금리 시대에 확실한 투자라면 은행이자의 두배만 받아도 그러니까 10년에 두배만 받아도 확실한 투자가 아닌가요? 그래도 그 차상들은 그렇게 하지 않네요. 그리고 한 십년이 흐르고 나서 그 때도 그 차를 판 사람이 그 때도 장사를하고 판 것을 기억한다고 해도 그 차상은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 맛이 10년 전에 비하여 많이 좋아 졌을 것이라고 누가 증명하나요? 그렇지 않고 맛이 좋지 않다면 보관을 잘 못해서 그렇다고. 습도가 높아서 혹은 습도가 낮아서,혹은 온도가 높아서 혹은 온도가 낮아서, 혹은 태양광을 받아서, 자외선을 받아서 혹은 전구 빛이이라도 많이 받아서, 혹은 다른 냄새나는 물건과 같이 보관하여 이렇쿵 저렇쿵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마지막으로 이차는 원래 그랬던 것이라고. . . .

 

김치를 담그면 아버님은 안익은 생 김치를 좋아하셨다. 익어서 시어지면 안 드셨다. 나는 잘 익어 시큼한 김치가 좋다. 그랬다 막 담은 김치는 푸릇하고 아삭하여 좋고, 익어가는 김치는 그 과정의 맛의 변화가 좋고 다 익은 김치는 시큼하고 톡 쏘는 맛이 있어 좋았다. 보이차도 그럴 것이다. 신차는 푸릇하고 패기있는 싱싱한 맛이 좋고 익어가는 과정의 차는 맛의 변화를 맛보는 것이 좋고 많이 익은 차는 달달하고 완숙한 맛이 좋아야한다. 이 말인 즉 지금 내가 먹을 때 맛이 좋고 먹기가 좋아야한다. 실로 보이차 한편을 가지면 매일 먹어도 두달이 걸린다. 한 두세편을 가지고 번갈아 먹으면 두세편으로 일년이 걸린다. 여기다 보이차만 마시나 우롱차도 마시고 녹차도 마시고 홍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잘하면 두세편을 가지고도 혼자서 다 마시려면 이삼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안 기다려도 그사이에 서서히 차가 익어 가겠다. 

 

옛말에 개꼬리 삼년 묵혀도 황모 않된다고 했다. 조금 좋아 질 수도 있겠지만 근본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현재 맛이 그저그런 차를 오래 묵힌다고 노반장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 먹기 좋고 맛이 좋아 내가 좋아할 수있는 차라 좋은 차라는 것이다. 그런차 두세편이면 족하다. 그 중 한편이 떨어질 때 쯤이면 또 한편을 사면되지요. 좋은 사과를 먹기 위하여 맛없고 상한 사과만 먹는 우는 다시는 범하고 싶지 않다.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현재를 저당잡히는 우도 범하지 않고 과감하게 포기하는 N포 세대가 되련다. 

 

요사이 보이차에 너무 빠져있었나 보다. 미래를 생각하고 맛있어지기를 기대하며 그져 수집만 하고 있어으니. 현재를 살아야 행복이 가까이 있다고 이제는 그저 맛있는 차 두세편에 만족하고 보이차 본연의 맛을 즐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