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名茶)의 품격

차 이야기/기타 차 이야기 2019. 10. 1. 21:24 Posted by 거목

아찔한 맛과 풍부한 향으로 감동을 주는 명차의 세계로

얼마 전 온 국민을 밤잠 설치게 했던 런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전 세계를 상대로 대한민국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모습은 같은 국민으로서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하는지 응원의 목소리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게 한다. 특히 비닐하우스에 사는 부모님을 위해 금메달을 따서 집을 마련해 드리고 싶었다던 양학선 선수의 사연은 가슴뭉클한 감동으로 많은 국민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선수들이 4년에 한번씩 벌어지는 올림픽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 그리고 선수 개개인에게도 남다른 사연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모질게도 금메달의 영광은 단 한 명의 선수에게만 돌아간다. 아무리 초인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아무리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해도 모두가 금메달을 받을 수는 없다. 누구나 최고가 되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최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금메달의 가치가 더욱더 빛나는 것이며 그 앞에서 우리는 열광하고 감탄하며 더러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일상적인 범위를 뒤로하고 우리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의 아름다움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리고 그런 감동을 주는 것들은 곧 이름이 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렇게 이름이 난 사람을 명사()라 부르고, 이름이 난 제품을 명품()이라 부른다. 차에도 명품이 있다. 어떤 차는 기품있는 모양으로, 또는 아찔한 향기와 풍부한 맛으로, 더러는 뛰어난 효능으로 혹은 이 모든 것이 조화된 신비로움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이런 차를 명차()라 한다.

자리에 앉으면 저절로 떠오르는 평생을 못 잊는 이름처럼 아련한 향기를 지닌 차가 있다. 어떤 차는 차마 말 못하고 돌아서는 골목길의 휘청거리는 가로등처럼 가슴을 몽롱하게 만드는가 하면, 또 어떤 차는 생각지도 않게 우연히 펼친 책장 속의 수표를 만났을 때의 도저히 감출 수 없는 기쁨의 쾌활함을 느끼게 한다. 마셔도 마셔도 그 맛을 알 수 없는 오묘함이 숨겨져 있는 차도 있는가 하면, 금방 자기의 속내를 다 드러내 보이는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함을 주는 솔직한 맛이 아주 담백한 차도 있다.

빼어난 자태 잘 다듬어진 옥처럼 매끄럽고 청량한 향기는 가늘 하늘처럼 높고도 높다. 폭포수 따라 시원하게 목을 넘어가는 그 맛은 내 온몸을 뒤흔드는 짜릿함이 있다.

명차. 어여쁜 아가씨는 의젓한 군자의 좋은 짝이랬던가. 그대 격이 남다르다면 명차의 고원함과 좋은 벗이 되어보길.

산지에서 좋은 차를 고를 수 없을까?

좌우로 가게들이 즐비한 중국 차 시장의 모습. 중국은 23개의 성(省) 가운데 17개 이상의 성에서 차가 생산되며 그 종류는 수천 가지, 이름난 명차만 해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특히 자연경관이 수려한 관광명소에서 품질이 좋은 차가 생산되어 많은 관광객들을 현혹시킨다.

차()의 종류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으로, 세계적인 명차 또한 중국에 가장 많이 있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지역별 고유의 차가 생산되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이 수려한 곳에서는 대부분 품질이 좋은 차가 생산되어, 중국의 관광명소에 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차는 기호식품이다 보니 판매자의 사탕발림과 주변의 분위기에 현혹되기가 매우 쉽다. 그래서 판매자의 말만 믿고 사가지고 와서 마셔보면 현지에서 마셨던 맛과는 천지차이인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시음할 때에만 좋은 차를 주고 포장할 때에는 저급의 차를 담아준다”라며 속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보다는 분위기에 속았다는 말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속지 않고 좋은 차를 사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지 않는다’가 되겠지만, 속더라도 조금이라도 덜 속아보자.

한국인이 자주 가는 대표적인 여행지는 소주, 항주, 황산, 무이산, 광동, 장가계, 운남, 대만 등으로 이곳에서는 모두 세계적인 명차가 생산되고 있다. 소주의 동정벽라춘(), 항주의 서호용정(西), 황산의 황산모봉(), 무이산의 대홍포(), 장가계의 원릉갈탄차(), 광동 조주의 봉황단총(), 운남의 보이차()와 전홍(), 대만의 동정우롱차(), 동방미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녹차인 동정벽라춘, 서호용정차와 우롱차인 대홍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지상에는 소주, 항주가 있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주()와 항주()는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 두 곳은 버스를 이용할 경우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고,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상하이()와도 인접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녹차가 유명한 곳으로 소주의 동정벽라춘(), 항주는 서호용정(西)이 유명하다.

동정벽라춘(洞庭碧螺春): 녹차에 은은한 과일의 맛과 향이 더해진 차

동정벽라춘은 ‘원산지 상품 보호규정’에 의하여 강소성 소주 태호 동정산()의 133km2 반경 내에서 자라는 찻잎을 가지고 만든 녹차이다. ‘벽라춘()’이라는 이름처럼 색이 푸르르고 모양은 소라처럼 구불구불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벽라춘은 ‘혁살인향’(: 사람을 놀라게 하고 죽일만한 향)이라 부를 만큼 향기가 뛰어난 차로, 이러한 향기는 벽라춘의 재배환경과 상관이 있다. 이 차는 특이하게 배, 은행, 매실, 감, 복숭아 등의 과일나무와 함께 간작(, 사이짓기: 주가 되는 작물의 사이에 다른 종류의 작물을 심어 가꿈)을 한다. 이러한 과일나무들은 자연스럽게 차나무에 직접 내리쬐는 태양광선을 막아주는 양산의 역할을 하여 차의 맛을 부드럽게 하고, 과일나무 열매와 꽃의 향기가 차에 흡수되어 독특한 향기를 형성하게 한다. 벽라춘은 매년 춘분 무렵부터 찻잎을 따기 시작하여 곡우 무렵에 찻잎따기를 멈춘다. 춘분에서 청명 사이에 딴 찻잎으로 만든 차를 최고급으로 여긴다.

품질의 특징

동정벽라춘은 고급일수록 찻잎이 가늘고 작으며 은백색의 융모로 표면이 덮여있다. 녹차의 신선함에 은은하고 우아한 과일과 꽃향이 느껴진다.

찻잎의 모양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우리고 난 후의 엽저를 살핀다. 은백색에 가려졌던 연녹색의 어린잎의 모양을 확실하게 볼 수 있다.

찻잎을 딸 때에는 1.5~2.0cm의 일아일엽1)()을 원칙으로 한다. 벽라춘은 건차(: 생엽을 딴 후 가공을 완료한 차) 500g당 약 7만개의 싹이 들어 있을 정도로 찻잎이 가늘고 작다. 고급차일수록 찻잎이 더욱 가늘고 작으며 찻잎의 표면이 은백색의 융모()로 가득 덮여 있어 찻잎의 녹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모양이 마치 꿀벌의 다리와 비슷하다. 맛과 향기는 녹차의 신선하고 상쾌한 맛에 은은한 과일맛과 꽃향이 느껴진다.

벽라춘을 마실 때에는 우선 아름다운 외형을 감상하자. 외형을 즐기기 위해서 유리잔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찻잎에 가득 피어 있는 융모들로 인해 푸른 찻잔 안에는 마치 눈꽃이 만발하는 듯하다. 눈꽃 속에 피어오르는 우아한 향기와 순수한 맛 뒤에 이어지는 달콤함은 끊임없이 침샘을 자극한다.

벽라춘은 고급차일수록 융모가 많고, 찻잎이 부스러지지 않고 온전하다. 찻잎의 모양을 더욱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엽저(찻잎을 우리고 난 후의 젖은 찻잎)를 살펴보자. 엽저가 작고 온전하고 연두빛 녹색을 띠며 만져봤을 때 토실토실하고 부드러우면 좋은 차이다. 그리고 맛이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우며 우아한 향이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서호용정차(西湖龍井茶): 건륭제도 반한 중국의 명차

서호용정차는 명차()의 반열에 빠지지 않고 항상 선두자리를 지키는,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차이다. 서호용정차는 중국 절강성 항주 서호(西) 주변의 반경 168 km2 내의 사봉산(), 매가오(), 호포천(), 영은사() 일대에서 생산된다. 이 차는 당나라 육우의 기록으로부터 시작하여 약 1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중국을 대표하는 차로, 그 맥을 꾸준히 이어 현재에는 민간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의 귀빈을 대접할 때에도 많이 이용된다. 청나라 건륭제는 서호용정차를 마시기 위해 항주를 수차례 방문하여 여러 편의 시를 남기기도 하였다. 현재 건륭제가 지정한 18그루의 어차수()가 여전히 보존되어 있어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일 년에 한번 이 나무의 잎으로 만든 차의 경매가는 수억원에 달한다.

품질의 특징

좋은 서호용정은 납작하고 반듯하며 끝이 뾰족하고 윤기와 광택이 있다. 특급의 품질을 가진 경우 싹의 길이가 잎의 길이보다 길다. 좋은 서호용정차를 고르기 위해서는 이러한 외형적 특징을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외형은 납작하고 반듯하며 끝이 뾰족하고 찻잎의 표면은 융모가 없고 윤기와 광택을 가지고 있다. 용정촌, 사자봉, 옹가산 일대에서 생산되는 사봉용정()은 향기가 첨예하고 맛은 신선하며 약간 노란빛을 띤다. 운서, 매가오 일대에서 생산되는 매오용정()은 찻잎이 매우 균일하고 곧으며 취녹(: 남파랑을 띤 초록)색을 띤다. 서호용정 중에서도 사봉용정을 으뜸으로 친다.

서호용정은 솥에서 시작하여 솥에서 마무리하는 덖음차이다. 따라서 솥의 온도 조절과 단계별 덖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저급의 차일수록 기술의 부족과 원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불의 온도를 높이거나 오래 덖어 구수한 맛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선하고 진한 깊은 맛이 없이 탄맛이 나거나 구수하기만 한 차는 좋은 차가 아니다. 그리고 특급의 고급차는 싹의 길이가 잎의 길이보다 길다. 품질이 낮아질수록 잎의 크기가 크고, 색은 점점 검은빛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일반소비자가 차의 외형만으로 좋은 서호용정차를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찻잎의 크기와 색깔, 그리고 찻잎이 많이 부서졌는지 아니면 온전하고 잎의 크기가 균일한지를 살피는 것이다.

서호용정의 명성과 가치로 인해 서호용정차 산지 이외의 절강성 여러 지역에서 서호용정차의 가공방법을 이용해 서호용정차와 비슷한 유형의 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차를 절강용정차라 부른다. 절강용정차 중에도 서호용정차에 버금가는 좋은 차가 많이 있지만 비슷한 품질에 따른 가격의 차가 크므로 잘 확인하고 사는 것이 좋다.

대홍포(大紅袍): 돌산의 암운과 민간의 전설이 더해져 명차의 반열에 오르다

무이산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멸종 위기의 생물이 많이 서삭하고 있다. 암석 사이의 차밭은 하루에 일조량이 약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독특한 차 맛을 형성한다.

대홍포의 생산지 무이산은 복건성의 서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무이산은 자연의 생태가 잘 보존되어 멸종위기의 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기이한 봉우리들과 굽이굽이 15리 이어지는 구곡계가 장관을 이룬다. 이곳 돌산 무이산에서 생산되는 차를 무이암차()라 부른다.

무이암차는 먼저 찻잎이 자라나는 장소에 따라 3갱(혜원갱(), 우란갱(), 대갱구()) 2간(유향간(), 오원간())에서 생산되는 정암차(), 산과 계곡의 사이에서 생산되는 반암차(), 계곡 근처의 평지에서 생산되는 주차()로 나뉘고, 그 다음으로 품종에 따라 기종(), 단총기종(), 명총기종()으로 나뉜다. 품질은 정암차가 가장 좋고, 정암차 중 우량의 차나무를 선정해 단독으로 무성번식한 품종을 무이단총이라 하는데, 무이단총 중 최상품을 무이명총이라 한다. 흔히 4대 무이명총은 대홍포(), 철라한(), 백계관(), 수금귀()를 일컫는다. 대홍포는 무이명총 가운데 으뜸으로, ‘무이암차의 왕’이라 한다.

대홍포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이는 바로 고귀한 품질과 독특한 기운인 암운(: 돌에서 자라난 잎으로 만든 무이암차가 가지고 있는 맛과 꽃향기의 조화로움)에 민간에 내려오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전설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홍포는 신선이 재배하고 잎은 손바닥만큼 컸다. 좁은 벼랑 끝에서 자라나 사람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어 원숭이를 훈련시켜 찻잎을 땄는데 이 찻잎을 먹고 백병을 치료하였다.”라는 전설이 있다. 또 다른 전설로는 “어떤 문인이 시험을 보기 위해 무이산 천심묘()를 지나갈 때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천심사의 스님이 사원의 차를 먹이자 병이 말끔히 나았다. 선비는 무사히 늦지 않고 시험장에 도착하여 장원급제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천심사에 들려 감사의 의미로 차나무에게 절을 하고 장원급제한 홍포()를 덮어주었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로 인해 차의 이름이 대홍포가 되었다고 한다.

대홍포의 모수()는 약 350년 동안 천심암() 구룡과()의 절벽 위에서 자라고 있으며 총 6그루가 3개의 품종으로 이루어져 있다. 왼쪽 돌벽에는 붉은 글씨로  3글자가 쓰여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후 중국 정부는 이 6그루의 모수를 가져다 무이산 전역에 무성번식을 성공시켜 현재의 무이산 차밭을 형성하게 된다. 2005년 모수로 만든 대홍포 20g의 가격은 3,500만원에 육박할 정도였지만, 중국 정부는 모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2007년 20g의 차를 만들어 중국국가박물관에 기증한 것을 끝으로 더 이상은 모수로 차를 만들지 않는다.

품질의 특징

절벽 위의 대홍포 모수(母樹). 약 350년 동안 절벽 위에서 자라고 있으며 왼쪽 돌벽에 '大紅袍'라고 쓰인 붉은 글씨가 보인다.

대홍포는 녹차와 홍차의 특징을 두루 갖춘 우롱차로, 반드시 마셔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홍포는 반발효차인 우롱차로, 녹차의 청향()과 홍차의 단맛을 모두 가지고 있다. 홍배(: 차를 바구니에 넣고 숯을 이용해 불을 쪼여 건조하는 방법)의 정도에 따라 홍배를 충분히 한 차는 과일향기 및 크림과 같이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는 것이 최상품이고, 가볍게 홍배한 차는 꽃향과 복숭아와 같은 과일향이 느껴지는 것이 최상품이다. 그리고 차탕을 마신 후 목넘김이 부드럽고 입안이 깔끔한 것이 좋고, 쓰고 떫고 시큼한 것은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간혹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경우 홍배가 지나쳐 생긴 불의 맛을 구수해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차가 원래 가지고 있는 모든 특징들이 화기()에 묻혀 좋은 차라 할 수 없다. 잘 만들어진 대홍포는 여러 번 우려도 맛과 향의 변화가 크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된다.

대홍포의 경우 우려서 마셔보아야만 좋은 차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마셔보고 선택한다. 그런 후 가능하다면 차의 외형을 살핀다. 외형은 우선 모양이 온전하고 고른지, 색이 균일한지를 본다. 많이 부서진 찻잎은 가공이 잘못된 차이고, 찻잎이 고르지 않다면 여러 찻잎이 섞여 있을 확률이 높으며, 전체적인 색을 살폈을 때 어떤 찻잎은 녹색이고 어떤 잎은 홍색이라면 발효가 골고루 되지 않은 것이므로 모두 저급의 차이다.

항간에는 대홍포를 일대(), 이대(), 삼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즉 6그루의 모수를 이용해 무성번식한 차나무를 일대, 일대의 차나무를 이용해 무성번식한 것을 이대, 이대의 차나무를 이용해 무성번식 한 것을 삼대라고 하여 일대의 대홍포가 가장 값진 것처럼 비싼 가격에 판매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상인들이 만든 개념일 뿐 무성번식을 세대 구분하여 값어치를 측정한다는 자체가 어리석은 발상이다. 이보다는 모수의 3가지 품종 중 하나의 품종으로 무성번식한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차를 ‘순종()대홍포’, 두 개 이상의 품종을 섞어 만든 차를 ‘상품()대홍포’로 분류하는 방법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다. 현재 상품대홍포는 무이산에서 자라나는 5~10개의 품종들을 각 농가의 비법으로 섞어서 만들고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상품대홍포는 무이산에서 자란 대홍포 품종을 포함하여 만든 우롱차를 말하며, 흔히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대부분의 대홍포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단일 품종으로 만든 순종대홍포는 흔히 ‘품종차’라 부르고, 품종차에는 대홍포, 백계관, 철라한, 수금귀 등이 포함되게 된다.

차에 대한 지식은 차에 대한 관심의 첫 걸음

모든 사람들이 차에 대한 전문가적 이론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명차의 종류와 그 특징에 대해 이론적으로 접근하다보면 차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이어져, 좋은 차를 고르는 혜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중국의 23개의 성() 중 17개 이상의 성에서 차가 생산되고 있으며, 그 종류는 수천 가지로 이름난 명차만 해도 100여 개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차들의 특징을 다 알고 구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약간의 이론적 지식이 없다면 차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유발되지 않을 뿐더러 좋은 차를 구분할 수 있는 판단기준이 전혀 없어 상인들의 상술에 쉽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살펴본 동정벽라춘과 서호용정으로 녹차를 이해하고 대홍포로 우롱차를 이해하면서 점차적으로 영역을 넓혀 가다보면 차에 대하여 관심이 생기고 안목이 넓어져 최소한의 판단기준은 갖추어질 것이다.

차의 품질을 평가할 때에는 먼저 외형을 살피고 차를 우려낸 후 차의 색, 향, 미()로 판단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모든 차가 갖추어야 하는 단 한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은 색, 향, 미, 형()이 모두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형의 깨끗함은 색이 칙칙하지 않고 밝으며 찻잎이 부서지지 않고 온전한 채로 모양이 들쑥날쑥 하지 않는 것이다. 찻물은 불순물이 없이 맑고 깨끗해야 하고, 향기는 기분 나쁜 다른 냄새가 배어있지 않고 깨끗해야 하며, 맛은 진한 여운과 함께 입안이 깔끔하고 산뜻한 깨끗함이 있어야 한다. 최소 이것만 염두해 두어도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석

1일아일엽아(芽)는 줄기에서 처음 돋아나는 어린 잎, 엽(葉)은 싹이 자라나 펼쳐진 식물의 이파리를 의미한다. 즉 일아일엽은 하나의 싹과 하나의 엽을 딴 차의 원료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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