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차두 (⽼茶頭)

차 이야기/보이차 이야기 2020. 3. 5. 14:24 Posted by 거목

차두라는 것이 있습니다.
숙차를 만드는 과정인 고체발효를 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입니다.
쇄청모차에 물을 뿌려 천을 덮어 놓으면 미생물이 발생하면서 온도가 올라갑니다.
65도가 넘어가기 전에 천을 걷어내고 열이 빠지도록 차를 풀어줍니다.
이런 과정을 '번퇴해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쌓인 찻잎 무더기를 뒤집어주며 풀어주기' 정도 되겠습니다.
여덟 번에서 열두 번 정도 번퇴를 마치면 발효가 끝납니다.
쇄청모차가 발효되면서 높은 온도와 수분은 찻잎 바깥에 굳어 있던 펙틴을 액체 상태로 만듭니다.
액체 상태로 변한 펙틴은 점착성을 가지게 되면서 찻잎끼리 붙게 만듭니다.
이건 생차 긴압을 할 때 높은 온도의 증기로 찌게 되면 찻잎에 점착성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숙차를 만드는 동안 주로 어린 이파리들이 서로 잘 달라붙습니다.
어린 이파리에는 수분도 많고 펙틴도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금방 풀어집니다만, 여러 번의 번퇴를 거쳐도 풀어지지 않고 끝가지 단단하게 남아 버티는
애들이 있습니다.
번퇴 횟수를 거듭할수록 펙틴 때문에 뭉쳐진 찻잎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결국 다 풀어지지 못한 덩어리는 마지막에 골라냅니다.
이 뭉쳐진 덩어리가 바로 차두입니다.
차두는 생차로 따지면 철병처럼 긴압이 단단합니다.
그래서 해괴하기도 쉽지 않고 한번 우리면 매우 오래 나옵니다.
차가 풀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차의 맛도 진하게 나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어린 이파리가 주로 뭉쳐지기 때문입니다.
막 나온 차두는 이상적인 수준까지 발효를 마친 상태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찻잎끼리 뭉쳐있기 때문에 속 부분은 덜 발효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보관하면서 속 부분까지 충분히 발효되게 만든 후 출시합니다.
이런 제품을 노차두라고 합니다.
일부 제품은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고 합니다만...
원래는 비쌀 이유가 전혀 없는 숙차의 부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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